미국에 가게 된다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스카이 다이빙, 산악 오토바이 등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위주로 체험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미국에 적응하느라 까먹고 있다가 수업 주제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토론 시간이 나와서 갑자기 머릿속에 스카이 다이빙을 해야겠다고 번뜩였다.
어학원 내에서 같이 갈 사람들을 열심히 모집하다가 결국에는 일본 친구랑 같이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같은 반 형 누님들을 설득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미친놈은 뭐지'라는 눈빛을 보고는 바로 접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스카이다이빙을 알아봤었다.
청주였나? 근처에서 유명한 스카이 다이빙 프로그램이 있길래 가격을 보고는 바로 뒤로 가기를 눌렀었던...
이곳 저곳을 수소문 하다가 D.C. 스카이 다이빙 센터를 알게 되었고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었다. 1회에 250달러고 예약 예치금을 85달러를 받아 갔다. 나머지는 현장 결제다.
하지만 일찍 가면 할인을 해주는 얼리버드 할인을 받아 200달러에 꼭 추억으로 담고 싶어 비싸더라도 카메라 촬영 패키지까지 포함해서 팁을 제외하고 약 260달러를 지불 했었던 것 같다.
(버지니아 뿐만이 아니라 캘리, 마이애미 등 다양한 곳에서도 운영하는 메이저 센터다)
D.C.부터 약 차량으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라 차량을 빌리려고 했었지만 아버지의 극구 반대로 우버를 예약해서 왕복으로 끊으려고 했었다.
다음날 8시에 콜을 잡아놨었고 2일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젠장....
출발 전날 배정되었던 운전자가 본인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갑자기 예약을 캔슬해버렸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밤 10시가 되던 시점이라 이대로는 가다가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차량을 렌트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의 쏘카 개념처럼 미국도 카쉐어링 서비스인 ZipCar가 있긴 한데 그 당시 아무것도 몰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메이저 렌터카 회사였다.
하지만 시간도 많이 늦어서 주변의 렌트카 회사는 전부 다 문을 닫았고 결국 펜타곤 옆에 있는 로날드 레이건 국제공항의 아비스(Avis)에서 급하게 전화를 해 차량을 예약할 수 있었다.
바로 우버를 콜해서 공항으로 갔고..
소형 SUV를 배정해주겠다고 했다.
차량 대여료는 일 70달러 정도였지만 Young Driver Fee에다가 보험까지 붙이니까 200달러가 되었고 거기다가 예치금까지 하니까 통장에서 한번에 400달러가 날아가는 기적이 벌어졌다.
보험도 그냥 적당한거 들었으면 됐는데 괜히 쫄아서 가장 비싼 보험을 들었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호구 잡힌 것 같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고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니까 일본 친구가 당연히 N빵하는게 맞다고 해서
덕분에 부담을 줄었다.
배정된 차량은 GMC Terrain이었다.
그 전까지 그린카 아반떼로 연명하던 나에게는 이게 소형이야? 싶을 정도로 차량은 컸고
주차장을 나가는 순간부터 긁어먹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하여튼 시간도 늦었겠다 나름 애플 카플레이도 되길래 네비를 연동시켜서 집까지 도착.
잠 자고 바로 출발했다.
타지에서 처음 운전을 하는 것이라 많이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정지 표지판에서 3초 이상 정지하는 것을 제외하면 법규도 우리나라랑 비슷하고
도로도 직선 구간이 대부분이라 훨씬 더 운전하기 수월했다.
친구랑 한일 관계, 각자의 고향에 대한 얘기 등을 하며 1시간을 달렸고,
그렇게 시간에 맞게 스카이 다이빙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센터에 도착하였고 갑자기 하늘에서 비명 소리가 난무하였다.
처다보니 실제로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고 이제서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 것인가 실감했다.
카운터에 가서 잔금을 지불하고 장비를 착용했다.
나를 담당할 강사와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안전교육을 들었다.
착지할 때 발은 어떻게 해라 뛰라고 신호를 주면 뒤로 기대라 등등 반복적으로 여러번 설명해주었고
같이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랑 가볍게 자기 소개 후 비행기에 올라탔다.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은 어떤 한 여성분이었는데 오늘이 본인이 비행기를 처음 타는 날이라고...
그런데 그 뱅기에서 뛰어내린다? ㅋㅋ
이때까지는 해맑았다.
내가 가장 첫 번째 주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까지...
빨리 비행기에 타고 싶은 내 마음을 몰라주고 계속 노가리를 까다가 결국에는 가장 맨 마지막에 타게 되었고
즉슨, 가장 먼저 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그만 경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이륙하는 느낌부터 달랐고 소음도 심해 강사의 말도 거의 안 들렸다.
그러다가 환기를 시키려고 했는지 옆에 문을 열어 재꼈고 나는 말도 잃었다.
패닉 상태에 있다가 얼마 지나고 그제서야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고 창문 없이 바깥을 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감상도 잠시 비행기가 일정한 구간을 선회하기 시작하더니 다이버가 신호를 줬다.
나를 질질 끌고 가더니 비행기 바깥에 걸터 앉게 했고
그때 처음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뭐라고 강사가 소리를 질렀는데 하나도 못들었고 그래서 사진을 보면 내 머리를 재낀 것 같다.
진짜 웃긴게 비행기 안에서 웃음 소리 나고 그랬는데 저 사진을 보면 다들 정색한 표정..
내 기억으로는 상공 3000~4000미터에서 뛰어 내렸으며 자유 낙하하는 시간은 30초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유 낙하가 뭔지 처음 알았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던 건지 다음 날 목이 완전히 가버렸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때 그제서야 경치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고 땅이 점점 다가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꽈추가 너무 아팠다.
착지는 정확한 자세로 랜딩했고 그렇게 스카이 다이빙을 끝마쳤다.
모든 사람들이 착지할 때까지 기다렸고 골프 카트를 타고 다 같이 처음에 모였던 장소로 이동하고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스카이다이빙 증명서까지.
그제서야 여운이 밀려왔고 D.C.에 돌아간 다음에 친구랑 밥먹고 차량 반납까지.
정말 인상적인 하루였다.
한번 쯤은 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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